봄빛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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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없는 여자가 되고 싶다.”

작성일 : 2004-09-23
* 이 원고는 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에 봄빛병원 산부인과 이배훈 선생님이 
  기고하신 글입니다. 

“요실금 없는 여자가 되고 싶다.” 얼마 전 우리집 꼬마 녀석이 아침에 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당황한 얼굴로 방문 앞에서 엄마의 눈치를 보고 서 있었습니다. 
녀석은 이제 유치원 상급생이지만 또 이렇게 가끔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요즘에야 좋은 약들이 많아 심한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하지만 옛날에는 이런 
오줌싸개 녀석들에겐 키를 씌워 이웃집에 가서 소금을 받아오게 하는 ‘쪽팔림’을 
경험하게끔 하는 게 최대의 멋들어진 치료법이었지요. 하지만 그런 꼬마 녀석들을 
키우는 내가 요즘 나도 모르게 소변이 샌다면 이것 참 낭패가 아닌지요. 어디 
가서 크게 웃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테니스를 칠 수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감기라도 한 번 걸리면 기침할 때 새는 소변 때문에 아예 외출도 못하고 집에서
 패드를 하고 살아야 하니 요즘 같은 웰빙 시대에 삶의 질이 말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잠이 들자 분위기를 만들며 은근히 다가오는 남편이 부담스럽기만 
하니 돈 많은 여자보다, 이쁜 여자보다 이제는 요실금 없는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졌습니다. 

그러나 요실금은 그동안 치열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오신 당신의 죄가 아닙니다. 
지금은 간혹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귀여운 당신의 자식들을 낳느라고 골반의 
근육이 약해지고 이완되어 방광과 요도가 쳐지거나, 소변을 새지 않게 막아주는 
요도괄약근이 약해져서 요실금이 생기는 것이니까 굳이 원인을 찾자면 이 
귀여운 꼬마 녀석들이 원흉인 셈이죠. 즉 애기를 분만하실 때 골반 근육이 잡아 
당겨지면서 음부신경이 일부 손상되고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는 직접적인 손상과, 
이로 인해 골반 근육이 약해지고 방광과 요도, 자궁이 처지게 되어 재채기나 
줄넘기 등의 배에 힘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요도 저항이 감소되어 소변이 새게 
되는 것으로, 이런 요실금을 복압성 요실금이라고 하며 요실금의 80% 이상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 외에도 소변이 갑자기 마렵거나, 소변이 마려우면 잠시도 참을 수 없어 
화장실로 쫓아가야 되며, 화장실에서 속옷을 내리면서 실례를 해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요실금을 절박성 요실금이라고 합니다.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급성방광염, 당뇨, 자궁 수술 후나 뇌나 신경에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제까지 나를 불편하게 만든 요실금의 정체가 
조금씩 들어나기 시작하는군요. 그러면 이 요실금이라는 것이 나만의 문제일까요? 
연구에 의하면 건강한 중년 여성에서 30.7%가 요실금이 있다고 하며, 여성 
노인의 48%가 요실금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즉 여성에 있어서 요실금은 부끄러워 
숨기고만 싶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터놓고 얘기하면 공감대가 만들어질 수 있고 
애기를 낳은 여성이면 보편적이라고 할 만한 여성의 공동 건강 문제인 것입니다. 
이제 소변이 나도 모르게 새서 너무너무 불편하고 지긋지긋해서 나의 웰빙에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친구들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그럼 병원에 오면 내 요실금이 금방 해결되고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은 요실금 수술을 받아 하루아침에 말끔히 치료가 되어 
행복 시작의 새 삶을 누리는가 하면, 또 어떤 분은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신통치 않은 결과에 불행 끝을 맞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생긴 
병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치료가 될 거라는 기대는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요실금의 전반적인 치료 성적은 향상되었으며 통증이 덜하고 
단순화된 다양한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환자의 만족도 역시 매우 좋아지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약물 치료나 운동 요법 등의 보존적인 치료를 할 수 있으며 
하루 입원 정도의 간편하고 정확한 수술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주로 과민성 방광이나 절박성 요실금에 효과가 있으며, 운동 
요법으로는 집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케겔 운동이나 병원에서 기기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체외자기장치료, 전기자극치료, 바이오피드백 등이 있는데 복압성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에 모두 효과가 있습니다. 

수술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부분 처진 방광과 요도를 원래 위치로 회복시키고 
요도 저항을 증가시키는 데 목적이 있으며 요즘은 질을 통한 메쉬 테이프 수술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먼저 나의 요실금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심한지,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상담과 검사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병원에 
한 번 내원하기까지의 마음 바꿔먹기이며 더 이상 부끄러운 내 약점이 아닌, 
내 사랑스런 아이를 갖느라고 생긴 자랑스러운 훈장이라고 생각하시고 적절한 
치료로 마음껏 뛰고 재채기할 수 있는 삶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나를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나의 방광의 건강을 위해 하루 6~8잔의 
물을 마시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금연하시는 것을 꼭 잊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