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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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 같은 엄마들의 ‘숨은 병’ 만성 골반통

작성일 : 2010-08-23


‘단순통증’ 경시하다 우울증의 ‘늪으로…’
부인병 오인 잘못 치료받기도… 자궁질환 후 통증 땐 정밀진단

지난 3일 강동경희대병원(전 동서신의학병원)에서 열린 ‘만성골반통 건강강좌’에 
참석한 50대 초반의 주부 김모씨. 세 자녀를 둔 그녀는 30대 후반부터 배꼽 아래 
복부와 꼬리뼈, 양쪽허리 등에 묵직한 통증이 와 10년 이상 고생하고 있다. 
그동안 집 근처 병원에서 여러 차례 진료와 검사를 받아봤으나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5년 전쯤 한 병원에서 골반염 진단을 받았고, 3년 전 다른 병원에서 
자궁내막증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남편이나 자식에게 늘 
아픈 모습을 보이는 게 신경 쓰이다 보니 몇 년 전부터는 우울증과 불안증마저 
생겨났다. 주위의 권유로 이날 강좌를 들은 김 씨는 전문의와의 1 대 1 상담을 
통해 ‘만성골반통’ 의심환자라는 진단을 받고 정밀검사를 예약했다.




만성골반통은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의 10~20%를 차지할 정도로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에서 골반염이나 자궁·생리질환 등 부인병으로 
오인돼 잘못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만성골반통증센터 허주엽 교수(산부인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성골반통은 애매한 증상과 진단기술의 한계 때문에 방치돼온 측면이 
크다”면서 “최근 내시경의 등장과 골반통의 원인 및 발병 메커니즘 등에 대한 
연구가 진전돼 치료성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만성골반통은 진단이 쉽지 않다. 자궁이나 골반 주변은 다른 부위에 비해 
신경분포가 적어 증상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골반통환자의 약 90%는 요통, 
80%는 배뇨 시 통증 등 방광증상을 보인다.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도 60%쯤 
된다. 그 외 질 분비물 증가, 불면증, 피로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설사, 변비와 
함께 복통과 같은 소화기 계통의 증상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만성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가정이나 직장생활에도 소극적이 된다. 
산부인과는 물론 내과와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통증클리닉 등 
여러 과를 전전하며 몇 년씩 고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성골반통은 증상만큼 원인질환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부인과 질환으로 
자궁내막증, 수술 후유증에 의한 골반 내 유착증, 자궁근종 등이 있다. 정신적인 
원인도 있다. 스트레스 상황을 맞으면 자궁이 비정상적 수축을 하고, 이로 인해 
만성 통증이 생긴다. 재발성 방광요도염, 요도증후군, 간질성 방광염 등 
비뇨기계 질환도 문제를 일으킨다. 만성골반통 환자에게서도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근막동통증후군이 종종 나타난다.

30~40대 주부들이 출산 후 흔히 겪는 골반울혈증후군도 만성골반통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골반울혈증후군은 정맥 내의 혈류가 심장방향으로 흐르게 
도와주는 정맥판막이 선천적으로 문제 있거나 출산과정에서 손상되어 생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골반통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거나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의 통증이 있다면 골반울혈증후군이 아닌지 정확히 검사해 
보는 게 좋다.

전문의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이런 만성골반통을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 통증으로 생각해 초기에 관리하지 않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만성골반통증센터를 방문한 환자들의 50% 이상은 통증이 
발생한 지 2년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경향신문